106p. 소설가 김훈이 "기자를 보면 기자 같고 형사를 보면 형사 같고 검사를 보면 검사 같은 자들은 노동 때문에 망가진 것이다. 뭘 해먹고 사는지 감이 안와야 그 인간이 온전한 인간이다"라고 했는데, 나는 이 말을 아주 좋아한다.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기 위해 일관된 모습을 연기할 필요는 없다. 나만의 독창적인 캐릭터는 의외의 모습들이 모여 완성된다. 저 흉포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레서판다처럼
143p.
그러나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중요도에 따른 시간과 에너지의 분배다. 무례한 사람의 부탁이라면 아예 단호하게 거절하는 것이 좋지만, 가끔은 모호한 경우가 있다. 지금의 관계를 유지하고 싶으면서도 부탁을 들어주기에는 사정이나 능력이 여의치 않을 때다. 이때는 최대한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고 거절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부탁을 잘 거절하려면 우선은 반갑게 연락을 받아야 한다. 이를 통해 당신의 부탁을 들어주고 싶지만 상황이 어렵다는 메시지를 넌지시 전달하는 것이다. 연락이 오면 처음부터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지 말고 우선은 환대하면서 말하는 내용과 일정을 사려 깊게 들은 후 "좋은 기회를 줘서 고마워", "그렇게 중요한 일에 나를 떠올려줘서 고마워"라고 감사인사를 하자 그래야 거절당하는 사람도 상처받지 않는다.
193
한 여학생이 법륜스님에게 고민을 상담했다. "스님, 어떤 사람이 저에게 상처를 준 게 자꾸 생각나요. 고등학교때 학교 폭력을 당했거든요. 저는 아무 이유 없이 욕을 들었는데 때릴까 봐 가만히 있었어요. 1년이 지났는데도 자꾸 생각나서 괴로워요" 스님이 물었다. "길을 가는데 갑자기 누가 자기에게 뭘 주고 갔어요. 선물인줄 알고 열었는데 안을 보니 쓰레기예요. 그럼 질문자는 어떻게 하겠어요?" 질문자가 말했다.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겠죠".
스님이 이어 말했다. "나쁜 말은 말의 쓰레기 입니다. 말이라고 다 같은 말이 아니고, 그중 쓰레기가 있다는 거예요. 질문자가 가만히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쓰레기를 던졌어요. 그러면 쓰레기인걸 깨달았을 때 그 자리에서 쓰레기통에 탁 던져버리면 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그 쓰레기를 주어서 계속 가지고 다니며 그 쓰레기를 자꾸 열어보는 거예요. '네가 어떻게 나한테 쓰레기를 줄 수 있어' 하면서 그걸 움켜 쥐고 있는 거죠. 그 사람은 그 쓰레기를 버리고 이미 가버렸잖아요. 질문자도 이제 그냥 버려버리세요."
...
'너는 쓰레기를 줬지만 나는 받지 않았어. 그럼 그건 네거지 내 것이 아니야 '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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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 또한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가 완전히 망해 상업적 비전은 없는 마니아 취향의 감독으로 분류됐다. 비슷한 시기 류승완 감독 역시 영화제와 시나리오 공모전에 여러 차례 응모했으나 모두 떨어졌다. 당시 봉준호 감독은 류승완 감독에게 "난 재능이 없나봐.. 우리 제빵사나 할까?"라고 자주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때 그들을 위로한 말은 당시 앞날이 안보이기는 우열을 가릴 수 없던 박찬욱은 그들에게 다음과 같이 이야기였다.
"재능이 있고 없고가 중요한 게 아니고, 스스로 있다고 생각하는 그 믿음이 중요한 거다."
남들이 지적하는 말을 듣고 단점을 없애는 부분만 집중하다 보면 장점도 함께 없어지고 만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좋아할 때 단점이 있더라도 특정한 장점이 크게 발휘되는 사람을 보고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원래 반짝거렸던 것들을 '다른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로 수정하다 보면 결국 그것은 아무도 좋아하지 않게 되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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